해양직업의 세계
처음으로

해양유전자원(Marine Genetic
Resources)을 이용하고 개발하는
해양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 이희승 센터장

인공지능의 발달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앞으로 우리의 삶 뿐 아니라 직업의 세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래에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생명공학연구원이다.
생명공학이란 생명에 관계되는 현상과 생물의 기능을 연구해서 의약 또는 식품개발이나 에너지생산, 환경보존 등 인류의 삶에 이용하는 종합과학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생물학, 생화학, 의약, 식품 등 생명과학 분야의 이론과 응용에 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럼 해양생명공학연구원이란 생명과학의 이론과 응용을 바탕으로 해양생물의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해양은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시작된 곳이며,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반면에 생명공학이라는 용어는 만들어진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고, 학문의 범주는 20세기 후반에 비로소 정의되었다. 서로 멀게만 느껴진 ‘해양’과 ‘생명공학’이 합쳐져 만들어진 ‘해양생명공학’은 그야말로 융합과학이고 연구영역 또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신생학문이다.

해양생명공학의 연구의 대상은 해양에 서식하는 동물, 식물, 미생물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의 해양생물 산업은 수산물을 채집하여 단순가공하거나 해조류에서 다당류와 색소를, 그리고 어유에서 불포화 지방산을 추출하여 산업소재로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생명공학 기술을 습득한 오늘날 해양생명공학연구원은 해양생물의 유전체 해석 및 기능 연구, 해양생물의 대사산물 이용기술, 해양미생물의 환경 또는 식품 이용기술,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기술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생명공학연구는 IT, 나노, 재료 등 타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적용 분야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해양생명공학 연구 분야는 지금의 분야와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무척추동물 이미지
해양생물을 채집하기 위해 스킨스쿠버 하는 모습 이미지

그림 1. 해양생명공학연구의 주요 연구 대상인 해양무척추동물

그림 2. 해양생물을 채집하기 위해 스킨스쿠버 하는 모습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넓고, 수심 수천 미터에도 생물이 살고 있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생물은 육상생물보다 훨씬 다양하지만 해양생물에 접근하고 채집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연구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들이 점차 해소되면서 괄목할 만한 새로운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해양생물을 연구한 결과로 새로운 약이 개발되기도 하고 심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성질을 이용하여 에너지 원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해양생물 연구로 개발된 새로운 약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프리알트(Prialt)라는 진통제인데 이는 필리핀 태생의 미국 과학자 발도메로 올리베라(Baldomero Olivera)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다. 올리베라는 1960년대 후반 코너스 매구스(Conus magus) 라는 이름의 청자고둥이 내는 독소에 관해 처음 연구를 시작하였고, 1980년대 초에 이르러 이 독소가 지코노타이드(Ziconotide)라는 물질임을 밝혔다. 이 물질은 엘란(Elan)이라는 제약회사에서 개발과정을 거쳐 2004년 비로소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승인을 얻을 수 있었고 이후 프리알트라는 이름의 진통제로 판매되기에 이르렀다. 아주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올리베라가 처음 청자고둥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약으로 개발될 때까지 거의 40년이 걸린 셈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심해에서 확보한 초고온성 해양 고세균 이미지

또 다른 해양생명공학 연구의 예는 심해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 연구인데 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해양생명공학연구의 하나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진이 2002년 연구조사선 온누리호를 이용하여 파푸아뉴기니 인근 공해에서 심해 시료를 채집하였고, 이 시료로 부터 분리한 써모코커스 온누리우스(Thermococcusonnurineus)’라는 해양 고세균이 수소생산 능력이 있음을 밝힌 것은 2010년의 일이다. 이 연구는 현재 수소의 상업적 생산을 위해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3.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심해에서 확보한 초고온성 해양 고세균

이와 같이 해양생명공학 연구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양생명공학연구원이 되려는 사람은 창의적인 사고와 더불어 동일한 주제의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 해양생명과학연구원이 되려면 대학에서 생물학과, 미생물학과,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농업생명과학과, 화학, 약학과 등의 전공에서 공부한 다음 해양생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방법이 있고 처음부터 해양학의 기초를 닦은 다음 생명공학을 연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학원 과정의 연구경험을 거쳐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명공학의 세부 전공 분야에서 깊이 있는 공부와 연구경험을 쌓은 다음 인접 학문 분야의 연구자와 협동하여 연구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분석장비(핵자기공명분광기)를 이용하여 해양유래 화합물을 분석하는 연구원이미지

그림 4. 분석장비(핵자기공명분광기)를 이용하여 해양유래 화합물을 분석하는 연구원

보다 적극적으로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고 관심 분야의 논문을 읽는 등 경험을 쌓거나 연구보조원 또는 인턴 경험을 통해 해양생명공학연구원이 본인의 성향에 맞는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해양생명공학연구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정부기관, 기업부설연구소, 의약품 및 식품 제조회사 등에서 일할 수 있고, 그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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