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처음으로
‘해양생물자원’ 이것은 국가의 자산이며
미래의 도전이다

유 종 수 본부장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바이오연구본부

바다는 지구표면 함몰된 공간에 존재하는 짠 물 덩어리로 정의된다. 그 면적은 3억 6100만㎢로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륙의 경계나 적도 같은 가상의 선으로 바다를 Ocean(대양, 해양), Sea(바다, 연안: 해양보다 좁은 개념) 등으로 불리지만, 바다와 해양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해양이 갖는 중요성은 자원, 식량, 환경, 국제교역, 해양영토, 레저문화 공간 제공 등 인류 경제의 중심적 역할을 포함한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A.D. Litter, 2006). 이런 해양이 갖고 있는 가치 중에서 자원으로서 해양생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향후 인류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예전에 자원이라 함은 광물, 에너지, 식량 등을 표현하는 말이었으나, 20세기 말부터 생물을 자원의 한 부분으로 보고 생물자원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로 생물다양성 즉 생물자원의 고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를 우려한 국제사회는 브라질 리우정상회담에서 UN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을 채택하고(1992.6.5.), 이듬해 12월 29일 발효 시켰다. 본 협약은 첫째 생물다양성 보전, 둘째 생물다양성 구성 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셋째 생물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배분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 조약이다. 본 협약은 전문 42개 조항 2개 부속서로 구성되어 있다. 부속서 카르타헤나의정서(CPB, 2003.9.11. 발효)와 나고야의정서(ABS, 2014.10.12. 발효)가 있는데, 향후 생물공학연구와 바이오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르타헤나의정서는 ‘바이오안전성에 대한 카르타헤나의정서(CPB: The Cartagena Protocol on Biosafety)’가 정식 명칭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Living Modified Organisms)의 국가간 이동에 따른 안전성 확보가 주 목적이다. LMO의 국가간 이동에 앞서 수출국(수출자)이 수입국에 해당 LMO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수입국의 허가를 얻어 LMO를 수출하도록 하는 사전통보합의절차(AIA: Advance Informed Agreement)를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ABS: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는 생물다양성협약 목적 중 ‘공정한 이익공유’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규범이다. ABS에 따르면, 타국가의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생물자원 접근을 위해 자원 보유국의 사전 승인(PIC: Prior Informed Concent)과 유전자원 및 관련 전통지식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은 상호 합의된 조건에 따라 공유(MAT: Mutually Agreed Terms)해야만 한다는 강력한 국제규범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은 2016년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정의했다. ‘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10개 선도기술 중에서 바이오기술(Biotechnology)로는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바이오프린팅 3개 분야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 언급된 생물학 기반은 바이오 산업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의료, 제약, 식품, 농업 및 환경 등의 기존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할 것이고, 정보통신 기술 등 타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을 창출할 것이다. 바이오기술은 식량 및 자원 부족, 고령화, 환경오염 등 미래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동시에 이 영역에서 미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기에 바이오산업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인류의 숙명적 필요적 요소가 될 것이다.

바이오 기반기술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생물정보데이터에 대한 가치’로서 이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무한하고,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기술기반에서 인공지능 첨단의료기술의 확산을 통한 경제적 가치는 수조원에 이를 것이다. 특히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된 이후, 유전자 분자 진단 시장 확대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고, 바이오헬스 관련 산업이 바이오산업계를 이끄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지능과 연결 중 개념이 다른 두 영역의 연결은 산업계에서 벌써 시작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약전문기업이 생물정보데이터베이스 보유 회사를 인수하고, IT업체와 함께 생물정보산업을 이끌어갈 전장 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세계적인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바이오사업의 발전에 나고야의정서(ABS)가 넘어야 될 산인 동시에 국내 생물자원의 정보와 가치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ABS가 발표되면 아모레페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과 동아제약, 종근당 등 제약 바이오기업은 비용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국내 기업의 생물자원 수입에 추가 지급되어야 할 비용이 연간 3,500억 –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발표에 따른 유전자 접근 제한, 이익공유 등에 대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구 생물종의 80%를 차지하는 해양은 자원의 보고로 인문사회, 경제, 학술 및 산업적으로 중요성이 매우 크다. 특히 해양생물자원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은 대략 30만종이고, 이중 국내에 서식이 확인된 해양생물은 11,500여종이다. 학자들은 대략 3만종이 국내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양생물이 국가자산으로써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해양생물종의 확보와 진화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종 고유 특성에 대한 생명현상을 밝히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림1 해양식물, 해양무척추동물, 해양척추동물 등 분류학적 체계에 따라 5,116점의 액침표본을 전시해 놓은 씨드뱅크의 내부 모습
< 그림1 해양식물, 해양무척추동물, 해양척추동물 등 분류학적 체계에 따라 5,116점의 액침표본을 전시해 놓은 씨드뱅크의 내부 모습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규리움(전시관)의 상징구조물로 해양생물이 많은 종자를 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으며.
내부 구조가 모든 생물이 갖고 있는 유전자(DNA)의 나선형 구조를 연상시킴. >

해양생물자원이 국가자산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첫째 국내·외 생물자원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많은 해양생물종을 하루 빨리 우리의 자산으로 등록하여, 분류학적 진화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서식지를 보전 관리하여 우리해양에 서식함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또한 해외 해양생물종에 대한 조사와 확보는 새로운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이고 활용을 위한 첫 단추이기에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생물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그 출발이 늦었다 하더라도 선진국의 확보량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17세기부터 시작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자생생물은 물론 해외 생물자원을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확보·관리를 해오고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은 126백만점, 영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은 70백만점의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해양생물을 포함 총 242만점의 생물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확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자생해양생물의 확보와 관리를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MABIK)을 책임기관으로 12개 ‘해양생명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이 운영되고 있고, 해외해양생물자원 개발 및 활용기반구축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지만, ABS의 발효는 그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둘째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해양바이오산업 경쟁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아직 미지의 생물자원이 풍부하고 육상생물에 비해 연구가 덜되 산업적 활용성이 높은 해양생물자원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요소이다. 정부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포스트 IT산업으로 생물공학분야를 선정하고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MABIK을 중심으로 자생 해양생물자원 발굴 및 확보, 해양생물자원 종합관리 시스템 고도화, 해양바이오산업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해양생물 연구기관들은 해양바이오산업 지원을 위해 유용성 높은 해양생물자원 확보와 산업화 소재 개발을 통해 해양바이오산업 발전에 밑 걸음이 되고 있다.

그림2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 가능한 유용 효소, 단백질, 유전자원 등의 유용 물질 및 해양생물소재 원료
< 그림2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 가능한 유용 효소, 단백질, 유전자원 등의 유용 물질 및 해양생물소재 원료 >

인류는 식량과 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고, 질병치료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그 이유는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이 생물자원이 갖고 있는 숨겨진 보물을 찾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바이오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해양생물에서 얻어진 천연물로 의약품 개발, 특정 생물종의 유전정보를 활용한 산업화 생물소재 발굴, 미래 식량과 청정 바이오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해양생물자원을 국가 주요 성장자원으로 재인식하고,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아이템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