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처음으로
北極歷史紀行(북극역사기행)

김 종 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책동향연구본부장

북극역사기행1

북극이 지구의 꼭지점이 된 것은 수 천만 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지구촌 인간세상과 인연을 맺은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극한의 추위와 극야의 어둠이 계속되는 한계공간인 북극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바이킹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16세기 이후 대항해시대를 맞으면서 본격화되고 그 목적도 다양해졌다. 물자교역은 물론 고래잡이와 어업, 그리고 새로운 항로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목숨을 건 도전과 탐험은 400여 년간 계속된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도전은 추위와 배고픔, 질병 등으로 비극적인 실패를 거듭하다가 동력선이 보편화되고 난 후인 1878년 핀란드 출신의 아돌프 노르덴셀드에 의해 처음으로 러시아 북극해 연안을 통과하는 북동항로가 뚫리면서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였다. 그 후 미국과 캐나다 북극해 연안을 통과하는 북서항로는 1906년 노르웨이의 대탐험가 로알드 아문센(1911년 인류 최초로 남극점 도달)에 의해 뚫리게 된다. 선박이 아닌 인간의 발로 최초의 북극점을 밞은 사람은 미국의 로버트 피어리(북극점까지 가지 못했다는 논란도 있음)로서 북극원주민인 이누이트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북극에 대한 도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동서냉전이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잊혀진 어두운 뒷공간으로 남게 되었지만, 1987년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무르만스크 선언을 통해 북극권개발과 북극해항로의 국제적인 이용을 제안함으로써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등장하였고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선언은 1991년 첫 국가간 협력기반인 북극환경보호전략 수립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고 이 전략을 토대로 1996년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극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가 발족하게 됨으로써 북극문제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논의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북극해를 비롯한 북극권은 인간이 활동하기에는 너무 춥고 접근이 어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기나긴 북극도전은 지구온난화라는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 인간활동의 부작용에 의해 촉진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2007년 여름철에 북극해를 덮고 있던 얼음면적이 그 직전연도에 비해 40%이상 급속히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고, 러시아연안을 비롯한 북극해의 많은 연안지역이 얼음이 없는 바다로 변해버린 것이다. 여기에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북극권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자원이 전세계 매장량의 13-30%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자 당시 고유가상황과 상승효과를 나타내면서 북극은 일약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그 후에도 북극해 얼음면적은 계속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제는 30도가 넘는 기온을 보이는 북극권도 드물지 않다.

북극역사기행2

인간의 접근이 다시 허락된 지 불과 30년 만에 북극의 모습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사시사철 꽁꽁 얼어있던 북극바다는 여름철에는 쇄빙선의 도움이 거의 없이 항행할 수 있는 항로가 되었다. 그린란드에는 나무 숲이 생기고 양봉을 하며 양을 사육하는 농가가 생겨 이름 그대로 진짜 Greenland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주변해역은 고등어의 서식지가 변화하여 누가 물고기의 주인인지에 대해 국제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아폴로 우주선으로 달에 성조기를 꽂았듯이 미르 잠수정을 이용하여 북극점 해저에 러시아 국기 ‘뜨리깔로르’를 심었다. 캐나다의 북극 오지마을에는 인터넷을 통해 뉴욕 맨해턴의 타임스퀘어를 매일 갈망하는 소년소녀들이 살고 있다. 러시아의 야말반도에서는 금년부터 생산된 천연가스를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세계시장에 공급하게 된다. 10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 초호화 크루즈선이 매년 북서항로를 운항하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주 빛의 향연인 오로라를 보기 위해 매년 수 백만 명의 관광객이 북극권을 방문한다. 녹아내리는 얼음과 동토층은 그곳을 토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동물, 식물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적응을 요구한다. 아마 이들도 모두 훗날 북극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북극역사기행3

북극에 대한 인간의 도전역사는 긴 탐험과 개척시대를 넘어 대규모 개발과 향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작용과 환경적 피해가 발생될 것이다. 하지만 지구 마지막 프론티어라 할 수 있는 북극권에서는 다른 지구촌에서 발생되었던 파괴적인 인간활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과학적인 근거들은 북극이 다른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밝혀내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북극권 주민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앞선 과학과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계획된 협력기반의 북극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