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오 박사
(재)한국해양재단 해양미래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대형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정한 피해보상이 최대의 쟁점이다. 2007년 12월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다수의 클레임이 국내 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동안 보상이 지연되어 보상을 받지 못하고 노환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대부분의 생존자도 생활고에 허덕였고 사업운영에 곤란을 겪었다.
연안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선어업, 양식업, 수산물가공업, 맨손어업, 요식업, 숙박업, 판매업 등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평소에 유류오염피해에 대비하지 않고 오로지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다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하면 과거 수년치의 공적·비공적 자료를 국제기금(IOPC Fund)에 제출하여 자기 자신이 피해를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유류오염사고 피해보상기구인 국제기금(IOPC Fund)은 클레임청구매뉴얼에서 “객관적·합리적·과학적”인 증빙자료 등 추상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을 뿐, 이의 구체적인 자료는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평상시 유류오염사고 청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선의의 주민 및 어민 등은 국제기금이 요구하는 객관적·합리적·과학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대체로 과다청구로 인해 국제기금으로부터 기각되는 사례가 많았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이전의 경우, 국내 청구액의 약 95%가 기각되고 5% 정도만 인정되었다. 그나마 피해보상도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정부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가 발생하자 피해자 지원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우선, 피해자의 생활고를 고려하여, 피해자가 배·보상 청구한 일자로부터 6개월 이내에 국제기금의 손해사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피해자에게 대부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둘째, 국제기금의 손해사정이 이루어져도 전체 청구인에 대한 손해사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해보상액이 전액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제기금이 사정액을 피해자에게 통보하면 피해자는 정부에 대지급금을 신청·수령하고 정부가 국제기금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셋째, 유류오염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국제기금의 보상한도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한 피해보상액을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와 같이 특별법에 의한 정부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제도를 도입하였으나,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피해보상의 문제점도 종전과 유사한바, 피해보상율도 낮고 피해보상도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국제기금에 청구한 금액은 2조 6,000억원이였으나, 국제기금의 사정액은 1,900억원으로서 인정율은 7% 정도에 그치었다. 국내 사정재판에 제출한 피해자의 피해액은 4조 2,000억원이었으나, 사정재판의 사정액은 7,300억원으로서 인정율은 17%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1심 및 2심이 종결되지 않아 총피해 인정율은 알 수 없으나, 사정재판 결과보다 현저히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은 2007년 12월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도 아직까지 다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대형 유류오염사고 피해보상은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5년 전 2012년 12월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특별법 일부 개정안 모두발언에서와 같이 피해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그동안 피해청구자 중 이미 4,000여명 이상이 노환으로 사망하였으며, 이는 피해보상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피해보상율이 낮고 보상기간이 늦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증빙자료가 확보되지 못한데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동일한 대형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할 경우 동일한 사태 즉 낮은 인정률과 보상기간의 지연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증빙자료의 확보를 위한 매뉴얼의 개발이 요구되는바, 이는 시간에 따라 각 이해당사자가 취해야 할 조치와 증빙자료의 확보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