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처음으로

북극관문도시 ‘트롬소’와
노르웨이극지연구소(NPI)를
통해 본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미래전략실 서현교 박사1)
한(KOPRI)-노르웨이(NPI) 극지연구협력센터장(트롬소 소재)

노르웨이 트롬쇠위아(Tromssoya) 섬에 위치한 북극관문도시 트롬소

‘노르웨이’하면 생각나는 것이 겨울스포츠이다. 겨울철이면 노르웨이 북극권 도시에는 평지나 고개를 스키 타고 이동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겨울스포츠가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또한, 노르웨이 연어 및 고등어가 한국에 수입되면서 이제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노르웨이를 만날 수 있다.

‘눈과 얼음의 나라’ 노르웨이에 필자가 속한 극지연구소는 2014년부터 트롬소라는 노르웨이의 북극 관문도시에 극지연구협력센터를 설치·운영 중이다. 사실 노르웨이(Norway)의 어원은 North(북)와 Way(길)를 합쳐져 ‘북극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북극으로 가는 길의 나라’답게 노르웨이는 오랜 극지연구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극지연구소(KOPRI)에 해당하는 노르웨이 극지연구소(NPI)는 현재 트롬소(Tromso)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1928년 3월에 문을 열어 그 역사가 90년에 이른다.

트롬소에 NPI가 위치한 배경을 보면, 먼저 트롬소의 위치는 북위 69도로 남극세종기지(남위 62도)보다도 위도 상 더 높은 곳에 있다. 특히, 지구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어 위도 66.5도 이상의 지역이면 여름철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겨울철 24시간 해가 없이 밤만 지속되는 ‘극야’ 현상이 나타나는데, 트롬소에서 이런 백야(5월 18일~7월 22일)와 극야(11월 28일~1월 15일) 현상을 각각 2개월 정도 경험할 수 있고, 10월부터 겨울 중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트롬소는 북극 관문지역이자 극지의 자연 현상들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르웨이의 북극 도시이다.

트롬소에는 노르웨이의 북극과학연구를 선도하는 트롬소대학교(Univ. of Tromso)도 있다. 이 대학교는 세계 종합대학교 중 위도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북극 과학연구는 물론 자원, 에너지, 사회과학 등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어, 유럽은 물론, 미주, 아프리카 등 많은 국가에서 유학생이 몰려든다. 그리고 북극권 기후·환경을 연구하는 20여개 국가 연구기관들이 NPI와 함께 프람센터(Fram Centre) 건물 내에 함께 있어, NPI가 트롬소대학교는 물론 이런 유관 기관들과의 활발한 협력 및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

트롬소에 위한 노르웨이극지연구소 전경(프람센터 건물),
왼쪽 도미노 건물이 극지체험관 ‘폴라리아’(Polaria)

프람센터 내 노르웨이극지연구소 내부 전경,
실내 대부분이 개인연구실로 구성되어 있다.

노르웨이가 북극 정책·과학의 글로벌 리더십을 선도하기 위해 매년 1월 트롬소에서 ‘북극 프런티어(Arctic Frontiers)’ 컨퍼런스를 1주일간 개최하는 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50개국 이상의 정부 정책결정자, 산업계, 연구소, 대학 등 3,000여명의 전문가와 학생, 북극원주민 등이 참가하여 발표 및 토론을 갖는다.

또한, 우리나라 북극연구기지인 북극다산과학기지는 노르웨이령 북극지역인 스발바르 군도에 위치하고 있다.2) 따라서, 다산과학기지를 가기 위해서는 트롬소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즉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가면 트롬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스발바르 지역에 적용되는 국제규약인 스발바르 조약(Svalbard Treaty)에 따라 비자 심사를 받은 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가면 북극권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 섬의 롱이어비엔(Longyearbyen) 도시의 공항에 내리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30분을 가야 비로소 다산기지가 위치한 북극과학기지촌인 ‘니알슨(Ny-Alesund)’에 도착한다. 이 전체 여정을 보면, 트롬소라는 도시가 북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도시(Gateway Ctiy)이고, NPI는 그 관문도시에서 노르웨이의 극지연구를 선도하는 대표 기관으로서 상징성을 갖는 셈이다.

필자는 트롬소에 있는 한국-노르웨이 극지연구협력센터 책임자로 2016년 극지연구소에서 첫 장기파견자로 발령을 받아 현지에서 약 6개월 동안 근무하였다. 그 당시 노르웨이 국가연구시스템 등에 대해 일부 소개를 하고자 한다.

지도 상의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Oslo), 북극관문도시 트롬소(Tromso), 니알슨의 다산기지

우선 노르웨이 환경부 산하 정부기관인 노르웨이극지연구소(NPI)는 23개국 17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과학자라면 국적 불문하고 채용한다. 일례로 우리나라로 보면 연구소 부소장격에 해당하는 연구부장직의 경우 터키 국적의 과학자가 책임을 맡고 있다. 연구비밀 누설 등의 우려로 우리나라 정서로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한 러시아 전문가도 NPI 인턴연구원으로 일하다 몇 년전 정식 연구원이 되었다. 러시아 내 연구소와 비교가 안되는 연봉을 받으니, 노르웨이가 유럽인으로서는 인기있는 나라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과학자조차도 NPI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NPI 연구원 1인당 평균 3편의 논문을 우수 국제저널에 개제하는데, 2015년 기준 노르웨이 내 전체 대학 및 연구소 중 2위에 해당되는 실적이다.

또한, 노르웨이극지연구소 내에 변변한 연구시설이나 장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곳을 찾아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사실 노르웨이는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약 8만 3,000달러(IMF자료 기준) 정도로 세계 4위의 부국이며, 석유와 수산물 수출을 통해 막대한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석유는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수출을 많이 하고 있으며, 수산물의 경우 세계 5위 수출국이고 인구는 우리나라의 1/10수준인 500여 만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1인당 GDP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약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잘사는 나라의 연구소로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좋은 장비와 시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나라 연구자나 전문가들이 NPI를 방문하지만, 실은 우리나라 중고교 실험실과 개인 연구실 정도의 공간만 두고 있다. 첨단 고가 연구장비와 시설은 남북극 기지 현장에 배치하던가 아니면 트롬소 대학교의 좋은 시설 및 장비를 공동 활용한다. 이렇게 본부를 간소화하는 이유는 연구소 운영을 하는 데 시설 및 장비가 많을수록 기관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사실 필자가 이곳에서 일하면서 놀란 건은 이뿐만 아니다. 종이 한 장을 복사하거나 인쇄해도 개인 출입카드를 찍고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누가 인쇄 또는 복사를 했는지 데이터로 기록된다. 종이 1장도 함부로 쓰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더욱이 NPI도 9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자체 청사 건물 없이 노르웨이에서 공공기관 건물 관리를 전담하는 정부기관인 ‘Statsbygg’(스테이트빌딩)으로부터 분기별 세를 내고 렌트하는 형식이다. 사실 노르웨이 공공기관은 대부분 스테이트빌딩으로부터 건물 렌트를 하고 있는데, 스테이트빌딩이 관리 운영하는 공공기관 건물 수만 2,300여개에 이른다. 직접 운영보다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란다. 이같은 비용절약을 공공부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수 인력 지원에 대해서는 파격적이다. NPI는 박사과정 또는 박사후 과정 연구생에 대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여 약 1억원에 가까운 파격적 연봉을 지급한다. 그 이유는 박사과정이나 박사후 과정 연구원 정도면 이미 가정을 꾸리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때문에 연구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비율의 세금 지출을 경감해주기 위해 이런 연구생들이 자녀를 기르고 있거나 집이나 자가용 구입 등 기본생활을 영위해 나가면 세제 혜택도 제공되어 세금의 많은 부분이 본인에게 돌아온다. 우리나라가 4~5만불 시대를 열고 연구소의 제기능을 위해서는 노르웨이극지연구소의 효율적인 기관 운영 시스템이나 우수인력 확보 방안 등 선진국의 운영시스템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 한-노르웨이 극지연구협력센터 책임자로 노르웨이 북극관문도시 트로소에서 첫 장기파견자로 근무하고 생활하면서 경험한 내용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
2) 오슬로는 북위 59도, 트롬소는 북위 69도, 다산기지는 북위 약 79도에 각각 위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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