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생태계의
종합 건강검진
고병설 팀장(해양환경공단 해양생태팀)

Smith Mclntyre Grab을 이용한 퇴적물 채집 과정(우)

건강한 몸으로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는 혹시 모를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몸의 어느 부분이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지를 사전에 파악하여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시기를 놓치면 치료를 위한 많은 비용이 소요되거나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바다 생태계는 자주 사람의 몸에 비유하여 생태계의 건강성 이라는 표현을 한다. 여기서 생태계란 생물체와 그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말한다.(Haeckel, 1869) 따라서 사람의 건강이 주변 환경에 좌우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도 생태계라고 말할 수 있으며, 바다 생태계의 구성원에 사람을 포함시킨다면 바다 생태계의 건강은 우리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다의 상태를 사람과 같이 ‘건강하다’ 고 하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로젯샘플러를 이용한 해양의 수질환경 조사

해양선진국이라 함은 여러 의미 가운데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를 척도로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점이 많아 해양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온 반면, 우리바다에 어떤 생물들이 얼마만큼 어디에 왜 살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국지적인 소규모 해양생물 조사가 대학이나 연구기관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1999년 ‘습지보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의 습지조사 의무조항을 두어 정부 주도의 갯벌 생물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 국가 주도의 해양생물 조사의 첫 사례이다. 2006년에는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 주도의 해양생물 조사가 본격화 되었으나, 해양 생태계 조사의 역사는 해양선진국에 비해 늦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바다에 대한 생태계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검진하기에는 미흡한 점들이 많은데다 제한된 조사인력과 비용으로 우리 바다 전역에 대한 동시 조사가 어려웠고, 특정 해역에서의 생태계의 변화를 도출해 내지 못했다. 점차 우리바다에 어떤 생물들이 어디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누적되면서 해양선진국으로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듯 하다.

채집된 퇴적물의 세척 과정(좌)

그리고 바다 생물에 대한 인구조사와 같은 작업이 마무리 될 무렵, 해양수산부는 바다 생태계 조사의 일대 변혁기,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게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조사를 통합하여 갯벌에서 먼 바다에 이르기 까지 바다 생태계를 1~2년 주기로 동시에 조사하는 내용의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를 2015년부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몸의 종합 건강검진과 매우 유사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일반검진으로 우리 바다 전역을 2년 주기로 조사하여 전반적인 상태를 점검하고,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해역에 대해서는 1년 주기 정밀검진 체계를 도입하여 좀 더 많은 정보를 얻도록 했다. 갯벌부터 먼 바다 까지 800여개의 지점에서 바다 생태계를 조사하는 전문 인력은 10여개 기관의 400명이 넘는다. 이를 계기로 우리 바다 생태계의 건강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변화상 까지 파악이 가능하게 되었다.

바다 생태계의 건강검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먼저 우리 바다에 대해 잘 알아야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얼마나 건강한지,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지역은 어디이며 무엇 때문인지, 바다 생태계가 변화한다면 자연적인 영향인지 개발의 영향인지를 알아야 바다를 관리하는 수단을 만들 수 있다.

특별히 생물다양성이 높거나, 생물의 수와 서식지가 적어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이 발견되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특별히 보호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바다 수온이 높아짐에 따라 아열대 생물이 늘어난다면 이에 따른 대책은 필요하지 않은지, 그들의 서식처의 이동이 있다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를 대비하는 일도 가능해 진다. 과거에는 없었으나 외부로부터 유입되어 비정상적인 대량번식을 하여 피해를 주는 생물이 있다면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제거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조사 결과로 알 수 있다. 유용한 성분을 함유한 바다 생물을 이용할 경우 우리가 조사한 결과물로 종 목록을 가지고 있어야 ‘생물 주권’을 주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의 조사 결과는 공신력 있는 근거자료가 되어 국제적으로 해양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

네트를 이용한 해양희 부유생물 조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바다 생태계와 관련된 여러 정책들이 적재적소에 실효적으로 만들어 지고 정책 효과 또한 조사 결과를 통해 검증된다면 그야말로 바다 생태계를 과학적으로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3면이 바다인 우리 바다 생태계의 종합 건강검진을 받기 시작한 것은 관련 연구자로서 축하할 일이며 아울러 해양선진국으로 나아가게 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바다 생태계 종합건강검진 역할을 하는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가 지속되고 개선되어 이 기초자료를 이용한 다양한 관련 분야에서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이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