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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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얼라이언스(Alliance)와
부산항의 대응
박호철 실장(부산항만공사 물류정책실)

2017년 세계해운 역사상 최대 해운기업 파산으로 기록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이제 우리나라의 웬만한 사람들은 얼라이언스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은 다 들어 보았으리라. 역설적으로 한진해운은 사라졌지만 이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은 그간 해운산업에 대해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긍정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한진해운의 파산에 이어 현대상선의 위기설 등으로 우리나라 정기선 해운산업은 마치 이대로 가라앉는가 걱정이 앞섰다. 세계 5~6위권의 해양대국인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얼라이언스 편입이 물건너간 시점에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얼라이언스인 2M의 가입이라는 뉴스는 우리와 같이 매일 해운상황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다가왔었다. 이 뉴스가 나온 이후 세간에서는 2M과의 10년간 얼라이언스 계약이 아닌 소위 전략적 파트너쉽이라 하여 얼라이언스 이름도 “2MH”가 아닌 3년 계약의 “2M + H” 라고 하여 현대상선의 각고의 눈물겨운 노력을 애써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한진해운보다 어쩌면 앞서 비운의 운명을 맞이할 뻔 했던 현대상선이 세계 1, 2위 선사와 손을 잡은 이 대사건이 어쩌면 쓰러져 가는 우리나라 컨테이너 해운의 새로운 부흥의 불씨를 살릴 것 이라는 가슴 벅참이 지금도 생생하다.

2MH 면 어떻고 2M + H 면 어떠한가? 아마추어 선수가 하루아침에 메이저리그에 등판하였는데 박수를 치고 등을 두드려야만 한다. 큰물에서 내공을 쌓고 나중에 다시 남은 얼라이언스와 손을 잡아도 되고 계속 계약을 연장하든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머물러도 된다. 연간 수천억의 영업적자를 내고 글로벌 선사 순위에서도 17위로 한참 밑에 있던 현대상선이 세계 1, 2위 선사와 손을 잡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서러움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진해운은 떠났지만 현대상선이 그 몫을 해내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해운의 시대적 사명이다. 한진해운의 뒤를 이어 SM 라인이 국적원양선사로 태어났다. SM라인이 세계 3대 얼라이언스의 멤버사로서 지위를 얻기 까지는 매우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해운시황이 매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얼라이언스가 가지는 가용선복 확보의 용이함, 서비스 지역의 다양화 및 운항비용 절감 등에 있어서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홀로 힘겨운 경쟁을 하여야 한다. 아직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SM라인은 서비스를 차근차근히 확장하며 한진해운 DNA를 키워 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현대상선과 더불어 우리나라 정기선사의 쌍두마차로써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얼라이언스의 뿌리는 1875년 영국 인도항로에 최초로 결성된 해운동맹 (Shipping Conference) 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 해운동맹은 동맹선사 간의 단일 운임적용, 리베이트제, 심지어 맹외선사(Non-member)를 고사시키기 위한 강력한 “Fighting Ship” 제도 등의 배타적 결속력으로 미국 해운법에서는 이후 이를 불법화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Shipping Alliance라는 다소 완화된 선사 간 협의체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얼라이언스를 해운 전문가들이 재차 “해운동맹”으로 칭하여 Shipping Conference 와 Shipping Alliance간의 개념적 혼란을 야기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던 이 두 종류의 선사 간 연합에 있어서의 큰 차이 두 가지는 첫째, Alliance는 특정 항로만이 아닌 멤버 선사들 간의 모든 항로에 제휴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과 둘째, 멤버 선사 간에 개별적으로 해상운임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Shipping Alliance를 굳이 우리말로 나타내자면 전략적선복공유협정(Vessel Sharing Agreement)의 광의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즉, 쉽게 풀어보면 멤버선사들끼리 서로 선박의 스페이스를 교환하여 자사선을 직접 투입함이 없이도 멤버선사의 스페이스를 이용하여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 말미암아 선박내 슬로트(Slot)의 활용을 극대화 시키며 이점이 슬로트당 단가(Unit Cost)를 낮추어 결국 운항비용의 절감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른바 현재의 얼라이언스 체제에서는 선박의 선복공유차원 정도로만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향후 얼라이언스 체제는 선복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박스의 공유, 터미널 단일요율계약(현재도 일부 시행되고 있음), 전산 시스템 통합 등 보다 진일보한 형태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선사 사이의 물밑 경쟁도 동시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원양선사 사이의 합병의 결과 글로벌 원양 정기선사는 현재 11사 정도에 불과하다. 이중 유럽선사가 4개, 아시아선사가 6개, 중동선사(ZIM) 가 하나로 분류되며 한 국가에서 두 개 이상의 원양 정기선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로서는 한국과 대만이 유일하다. 한편 11개 원양정기선사중 얼라이언스에 가입되지 않은 선사는 이스라엘의 ZIM 라인 뿐이다. ZIM 라인은 메이저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매우 힘겨운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며 얼라이언스 차원이 아닌 낮은 단계의 선사들과의 공동운항 등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부산항의 경우 3대 얼라이언스 선사들 중 2M이 신항의 PNIT, HJNC와, The Alliance가 PNC와 Ocean Alliance가 BNCT와 나란히 터미널 이용계약을 맺은바 있다. 얼핏 보면 3대 얼라이언스가 사이좋게 부두를 나누어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부산항 환적화물의 약 25%를 처리하는 머스크, MSC의 쪼개진 부두 사용은 매우 걱정스런 상황이다. 이러한 분리된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의 비효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마치 신앙을 하나의 터미널로 운영하는 소위 “One terminal One operator” 체제이다. 현재 신항은 5개 터미널로 분리되어 선석이나 하역장비 등이 개별적으로 운영되어 투하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항의 경우 전체 처리화물중 약 65%가 환적화물로 구성되어 현재와 같은 분리된 운영은 선사들로서는 하역료, 부두간 이송 등에 있어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부산항과 같은 글로벌 환적항인 싱가포르, 두바이 등이 PSA, DPW와 같은 글로벌터미널운영사에 의한 단일운영체계로 환적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어 많이 아쉬움이 있다. 이제 신항 운영사들도 자신들만의 사업에서 부산항 전체의 큰 그림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함께 뭉쳐 파이를 더 크게 만들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자는 이야기다. 정부나 항만공사 등이 뭉치라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뭉치는게 오래가고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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