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직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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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導船,Pilotage)그리고 도선사(導船士, Pilot) 인천항도선사회 총무이사 김혁식

도선사(pilot)가 언제부터 존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단정 짓기가 힘들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원전1,000년 경 고대 페니키아(현재의 레바논 부근의 항구)의 ‘다니아’에서 파일럿이 활동 했다고 한다. 이는 문헌상으로 나타난 파일럿의 활동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한 영국 도선사협회의 2004년 THE PILOT지에 기고된 내용으로 보면, ‘도선은 교역이 시작한 이후부터 시작되었고, 기원전 7세경 호머 일리아드 같은 고전에 막연히 도선사를 설명하고 있지만, 문헌에 나타난 가장 상세한 도선사에 대한 설명은 AD.64년 이다. ’(Although pilotage will have been undertaken since vessels first started trading and ancient texts such as Homer's Iliad from 7th century BC make vague references to pilot one of the most precise early written descriptions of a pilot's work was around 64 AD.) 라는 설명과 함께 현지의 숙련된 어부들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배를 강 상류로 인도해서 들어오는 상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영국에서는 적어도 기원전부터 도선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으며, 실제 도선활동이 이루어 졌다는 점은 확실하다.

고대부터, 연안이나 대양을 항해하기 위해서는 그 곳 연안의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원주민 어부들을 태워서 수로를 안내하게 하거나, 그 곳의 해안 정보에 대한 상당한 보수를 지불하고 수로를 안내하게 함으로서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점차 조선기술과 해운이 발달함에 따라 전 세계 곳곳이 잘 알려지고 특정지역을 여러 차례 항해하여 그 곳의 정보를 제 손금 보듯이 잘 알고 있는 뱃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개별 선주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을 고용하여 항해의 안전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이와 같이 도선은 선박을 통한 교역이 활발하던 중세기 전반 지중해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베니스와 제노아에서는 선주가 중심이 되어 동무역루트와 서무역루트를 장악하였는데, 동무역루트에서는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등지에서 베니스 또는 제노아까지 동서양의 교역이 이루어 졌으며, 서무역 루트에서는 베니스와 제노아에서 서스페인, 프랑스, 영국에까지 동양의 물건이 이동되었다.

이처럼 동서양의 무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안과 대양에서 파일럿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1275년 마르코폴로가 인도양을 건널 때 아랍인 파일럿을 고용하였고, 1492년 콜럼버스가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신대륙에 발을 내딛었을 때에도 산타마리아호에는 지안데라코사라는 파일럿이 승선해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반면, 1588년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함대에게 대패하여 스페인 왕국이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스페인함대에 파일럿이 승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일럿의 승선 여부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 역사적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후, 대양을 항해하는 항해술이 보편화 되어 대양에서의 도선의 필요성이 줄어든 반면, 선박이 대형화됨에 따라 항만이나 수로 자연조건에 정통한 항해사들을 주축으로 특정지역에 대한 도선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좁은 수로나 항만에서 거대 선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입·출항시키거나 접·이안하는 선박조종의 기술자’라는 의미로 도선사의 위상이 재정립되기에 이른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떠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도선이 이루어졌다는 최초의 기록은 우리의 기록이 아닌 일본 역사기록에 나타난다. 9세기 일본인 승려 엔닌(圓仁)이 남긴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는 당시 왜의 견당선(遣唐船)이 우리나라의 남해안을 거쳐서 당나라로 가면서, 수로에 익숙한 안내인을 배에 태워서 동행했다는 기록이 가장 오래된 도선에 관한 기록이다.

당시는 신라의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워 우리나라와 중국, 멀리 동남아 여러 나라의 제해권을 장악하여 세력을 떨치던 때였으며, 이 시기 견당선에 안내인으로 승선하여 선박의 뱃길을 인도한 이들은 대부분 신라인 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장보고가 해상을 장악하고 노련한 뱃사람들이 왕성하게 활동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해상세력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삼국시대부터 조선 초까지 활발하던 해상활동은 유교의 사대주의적인 사고와 사회적분위기로 말미암아 바다에서의 힘을 잃어가고 급기야 해상세력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국가세수의 확보 목적으로 영광 법성포 등지에 조창을 두어 삼남의 풍부한 곡물을 운송하게 하는 등 조운제도(漕運制度)를 시행하여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게 하였으니, 조운제도는 국가재정의 기초를 이루는 안전운송에 중점을 둔 연안수송에 관한 것이지만 조운규정에 「해당 수로에 익숙한 자로 하여금」 도선하게 한 전근대적형태의 도선역할이 포함되어있어 주목된다. 이 조운제도에 의한 도선이 우리나라 도선사 및 도선업의 최초라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선은 활발한 해상 활동의 결과로서 보다 안전한 해상활동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었고, 그로 인해 나라의 운명을 가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하였다. 결국 도선이라는 것은 해운과 해양세력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바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양문학, 해양산업, 해군력 등 바다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바다는 삶의 터 전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친밀감·친숙함이 기본이 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세계는 지금 유비쿼터스를 가능케 하는 모바일의 등장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발전해감에 따라 전체 산업의 구조와 형태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즉, 과거와의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 사회의 창조라는 거대한 화두에 직면하고 있다. 해운산업에도 대형 선사들을 중심으로 무인화선박,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현실화되어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변화의 속도는 아주 느리다. 더군다나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 무역량은 증가하고, 선박은 대형화 되며, 안전한 선박의 입출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에, 항만 안전을 위한 도선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전체 무역량의 99.7%가 바다를 통하고 있으며, 선
    박은 점점 대형화 되고 그럴수록 해상안전에 대한 요구는 높아져간다. 이
    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도선법 제2조(정의)에서는, 『도선』이란 ‘도선구에서
    도선사가 선박에 승선하여 그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것’을 말하
    며, 『도선사』란 ‘일정한 도선구에서 도선 업무를 할 수 있는 도선사면허를
    받은 사람을 말한다.’ 라고 되어 있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도선의 기원과
    안전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선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1)항해사를 거쳐 총톤수 6천톤 이상의 선박에서 5년 이상 선장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2)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는 도선수습생 전형시험에 합격하고, 6개월 동안 도선 업무를 하고자 하는 도선구에서 수습을 마친 뒤, 3)다시 도선사 시험 및 신체검사에 합격해야, 관할 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부터 도선사 면허를 받아 도선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도선사 면허를 취득하여 12개 도선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선사는 현재 259명이다. 해양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인식이 변하면 해운산업이 발달하고, 그 산업이 무역과 국력의 원천이 되며, 항구에서의 안전한 교역이 이루어지게 하는 항구의 파수꾼 도선사가 있기에 바다는 오늘도 내일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세계 산업의 젖줄로서의 기능을 계속하는 것이다.나라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사명을 가지고 평생을 군인의 길로 가기로 맹세한 젊은 장교는, 20년 뒤에 장군이 되어 자기의 크나큰 꿈을 실현한다.

마찬가지로, 나라의 번영과 해운강국의 사명을 가지고 마도로스의 길로 들어선 젊은 항해사는, 20년 뒤쯤에 해운계에서 장군이라 할 수 있는 도선사가 되어 바다를 누비고 항구를 누비는 커다란 꿈을 실현하고 있을 것이다.<끝>

도선사가 되는 방법(본문참조)
  • 대학전공 : 해사수송과학과, 선박운항학과, 해양경찰학과, 항해정보시스템학과, 해양플랜트운영학과, 항해학과 등 (해양계 고등학교에서 항해과를 졸업하고 항해사로 진출 가능)
  • 자격증 : 항해사 또는 운항사 면허, 도선사 자격증 필수
  • 진출 방법 : 항해사 또는 운항사 면허 취득 →3등 항해사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6,000촌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5년 이상 근무→도선 수습생 시험 합격 →도선 실무 6개월 실습 →도선사 최종 시험 합격→신체검사 합격→도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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