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관리공단
자연에서 수컷이 새끼나 알을 보호하는 경우도 드문 일인데, 직접 새끼를 낳는다고 오해하게 되는 생물이 있다.
그것도 갑옷을 입은 듯 강하게 생긴 모습에서 도저히 물고기 같아 보이지 않는 물고기 ‘해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연의 법칙대로 해마도 암컷이 알을 낳고, 다만 수컷이 알을 보호하여 부화시키는 것인데, 마치 수컷이 배가 불러서 직접 새끼를 낳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마에서 수컷이 새끼를 낳는 모습으로 오해하는 것은 암컷이 산란관을 통해 알을 수컷의 보육낭 속에 낳기 때문이다.

<보육낭에 알을 품고 있어서 임신한 것 같은 수컷 피그미해마>
여기서 해마의 모습을 잠시 설명하자.
해마는 일반적인 물고기와 다르게 수컷이 조금 다른 모습을 한 배(복부)를 가지고 있다.
물고기이지만 헤엄치는 자세를 가지지 않고 마치 서서 다니는 모습을 하기 때문에 배가 수직으로 노출되어 있다. 배 부근에 배꼽과 같은 작은 구멍이 있고, 구멍을 통해 배 속으로 주머니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보육낭’이라고 부른다. 호주에 사는 캥거루를 연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다만 캥커루도 역시 암컷이 보육낭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해마는 암컷이 알을 낳을 시기가 되면, 알을 지켜줄만한 수컷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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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기해마> -
마음에 드는 수컷을 찾으면 서로 꼬리를 감고 마치 춤추는 행동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암컷이 알을 낳게 되는데, 길다란 원통모양의 산란관을 통해 수컷 배 부분에 작게 열린 구멍 속으로 정확하게 알을 넣는다.
알이 수컷의 보육낭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수정을 하게 되고, 수컷은 약 3주 동안 보육낭에 넣은 알을 보호하고, 부화시킨다. 수컷의 뱃 속에서 깨어난 새끼는 수컷의 몸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서 힘차게 헤엄쳐 나온다.
마치 포유동물의 배 속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모습과 유사하다.
다만 아빠로부터 몸 밖으로 나온 새끼는 아빠에게 보호를 받기보다 혼자서 넓은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3주 동안 새끼를 배 속에 간직한 아빠는 몸을 박차고 나온 새끼들과 바로 이별을 하게 된다.
해마는 일년에 4-5번 새끼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수컷은 일 년 중에 1/3은 알을 보호하고, 새끼를 부화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한 수컷의 배 속에서 부화되기 때문에 다른 해양 동물과 같이 한 번에 수십 만개의 알을 낳지 않고 50개에서 최대 1,000개의 알을 낳는다.

모든 생물은 자손을 낳는다.
직접 새끼를 낳기도 하지만, 알을 낳아서 새끼로 부화하기도 한다. 바다생물은 해양포유류인 고래나 해우(매너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알을 낳는다.
알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바다 속에서도 매우 양질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육상에서 보는 새나 파충류의 알과 같이 단단한 껍질로 보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속에 노출된 알덩어리는 다른 생물들에게는 마치 잘 차려진 밥상과 같지만 해양생물들은 이들을 쉽게 먹지 못하고 있다.
후손을 바다 속 한가운데 낳은 어미는 나름대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해놓았던 것이다.
아주 냄새가 고약한 물질을 알에 묻혀 놓아서 마치 스컹크의 방귀 냄새 같은 것이 도저히 맛있는 음식으로 생각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을 ‘사포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포닌은 알에서 계속 만들어지지 않고, 알 표면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바닷물에 씻기면서 냄새는 점점 약하게 되기 때문에 사포닌이 알 표면에서 사라지기 전에 새끼들은 알에서 깨어나야 한다. 복잡한 바다 생태계에서 자손이 태어나기 위한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양생물은 한번에 수 십만개의 알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바다 생물 중에도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지키는 생물도 있다. 놀래미나 자리돔은 알을 바위에 낳는데,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주변을 지키면서 포식자들이 알을 먹어치우는 것을 막아준다. 문어도 알이 부화될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알 덩어리를 둘러싸고 앉아서 계속해서 물을 뿜어서 불순물이 알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해마와 유사한 실고기는 알을 몸에 붙이고 다니면서 보호한다. 심지어 도화돔은 알을 입속에 넣어서 부화할 때 까지 보호하는 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알을 지키는 기간 동안 부모는 먹이를 거의 먹지 않고 새끼가 깨어날 때까지 알을 보호한다.

- <1. 알을 지키는 놀래미>
- <2. 놀래미 알덩어리>
- <3. 바위에 알을 붙히는 오징어>
- <4. 알속에서 부화를 기다리는 오징어새끼들>
생물에게 종족 보전은 가장 중요한 임무일 것이다. 어떻게든 자손을 번성시키려는 생물의 본능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대를 이어가도록 진화하고 있다.